봄만 되면 산불로 '몸살'...해마다 피해 더 커지는 까닭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3-24 13:33:40
  • -
  • +
  • 인쇄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 (사진=연합뉴스)


주말 사이에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은 나흘째 타고 있고,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도 사흘째 수습을 하지 못하는 등 봄철에 발생한 산불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기는 건조하고 바람까지 강하게 부는 계절적 특징도 있지만 기후변화가 봄철 산불을 더욱 부추기고 있어, 맞춤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1일부터 경남·경북·충북 등지에서 발생한 산불이 빠르게 확산된 직접적인 원인은 '비화' 현상 때문이다. 비화란 불씨가 바람을 타고 다른 곳으로 날아가 옮겨붙는 현상으로 일반적인 산불보다 26배 이상 빠르게 불을 확산시킨다. 조건에 따라선 수백m 건너까지 불씨를 옮길 수 있어 산불 진화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봄철에는 남쪽 고기압이 시계 방향으로, 북쪽 저기압이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한반도에 강력한 서풍이 불어오는데, 산지를 넘으면서 건조해진 바람이 경상도와 강원도 동쪽으로 유입되면서 산불 규모가 커진 것이다. 이에 더해 험한 산세와 돌풍이 진화 작업을 방해하면서 피해를 키웠다.

기후변화도 산불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2022년 3월 울진·삼척 대형 산불과 이번 산불의 유사한 점을 들어 겨울철 이상고온과 가뭄이 봄철 대형산불을 반복적으로 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5월 '대형산불의 증가, 진단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대형산불의 주요 요인으로 계절적 영향보다 기후변화 영향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전에는 건조한 봄철 강원 영동지역에 부는 '양간지풍'이 대표적인 요인으로 작용해 강원도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으나, 기후변화로 인한 겨울철 이상고온과 가뭄의 영향으로 대형 산불이 전국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전까지 대형산불은 주로 3~4월 강원·경북 동해안 지역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2021년 2월 경북 산불, 2022년 강원·경남·충남 산불, 2023년 3~4월에는 경남·경북·전남·충남 등 전국 각지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겨울철 눈이 격년으로 내리는 현상이 나타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한해는 눈이 많이 내리고, 그 이듬해는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 '기후 채찍질' 현상이다.

올 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도 '기후 채찍질' 현상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산불이 발생한 LA 카운티는 수년간 이어진 가뭄에 이어 겨울철 폭우·폭설이 내리면서 풀과 덤불이 풍성하게 자랐다. 이후 2024년 또다시 찾아온 기록적인 폭염에 식물이 말라붙으면서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도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건조지역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2100년 한국 산불 위험이 100년 전인 20세기 후반보다 최대 158%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봄철마다 반복되는 대형 산불을 막기 위해서는 탄소감축·산지급수 등 기후대응이 절실하다"며 "동시에 철저한 산불 예방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경남 김해, 충북 옥천 등 5개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산림 8732.6헥타르(㏊)가 잿더미가 됐다. 산불이 발생한지 3~4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진화율은 60~70% 수준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천리 70년' 나눔과 봉사 실천..."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삼천리는 지역사회 곳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면서 나눔상생을 실천하고 있다.20일 삼

네이버, 2024년 재생에너지 사용 통해 온실가스 9144톤 감축

네이버가 지난해 탄소배출량을 3만925톤(tCO2eq) 절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해 감축한 온실가스가 9144톤에 달했다.네이버는 20일 발간한 '2024 통합보

사외이사 안건 찬성률 95.3%...상장사 이사회는 '거수기'로 전락?

사외이사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95.3%에 달하는 등 올 상반기 국내 상장사들의 이사회 기능과 감사 독립성이 전반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손기원의 ESG인사이드] 보여주기식 'ESG공시' 벗어나려면?

ESG 공시는 더이상 선택이 아니다. 지속가능성 정보가 자본과 규제의 흐름을 결정짓는 시대,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수준을 점검하고 공시 역량을 평가

노동자 사망사고·압수수색 이후...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 출범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로 압수수색을 받았던 SPC그룹이 윤리·준법 체계를 감독하는 상설독립기구인 '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구성하고 19일 출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기후/환경

+

비 오면 벽체 내려앉아...세계문화유산 무령왕릉 5호분 보존처리 시급

단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는 '극한호우'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주 무령왕릉 5호분이 장마철 등 강우량이 많은 시기에 토양에 수분이 증가하면서 벽체

지구 기온 4℃ 오르면...2100년 식량 생산량 절반으로 '뚝'

지구온난화로 인해 2100년에 이르면 식량 생산량이 절반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솔로몬 샹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은 지구 평균기온

항공권에 '비행세' 부과하면...기후기금 167조원 확보 가능

항공권에 '비행세'를 부과하면 기후피해 회복기금으로 연간 1060억유로, 우리돈 167조2000억원 이상을 모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19일(현지시간)

올해도 미국은 '열돔'에 갇혔다...다음주까지 폭염 시달려

올해도 미국의 폭염은 더 뜨겁고 길어질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번 주말 중서부에서 동부 연안에 이르는 지역에 열돔 현

환경공익사업 지원금을 로비에 활용?...EU, NGO 자금조사 착수

환경 등 공익사업을 수행하라고 지급된 유럽연합(EU)의 보조금이 NGO들의 정치적 로비에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EU가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

퍼붓다 그쳤다 반복...수도권 '국지성 폭우'로 피해 속출

인천 등 수도권 곳곳에 강한 비가 쏟아졌다 그쳤다는 반복하는 국지성 호우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기상청은 일부 지역을 제외한 인천 전역과 경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