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먹통' 사건의 재구성…'골든타임' 왜 놓쳤을까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10-20 17:37:53
  • -
  • +
  • 인쇄
카카오-SK C&C, 화재발생 통보 진실게임
기업신뢰 치명타…'脫카카오' 행렬 이어져
▲ 카카오 서비스 먹통에 19일 고개숙여 사과하는 남궁훈(좌) 대표와 홍은택 대표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국민 4750만명이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톡을 먹통으로 만든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이 발생한지 6일째. 카카오는 화재가 발생한지 나흘만에 겨우 서비스를 복구하면서 온국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궁지에 몰려서일까. 카카오는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SK C&C로부터 화재 발생 사실을 제때 통보받지 못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SK C&C는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즉시 전화로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재 발생사실을 통보한 시점을 놓고 두 회사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어, 사건을 추적해봤다.


◇ 화재발생 사실 "통보했다 vs 안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에 있는 SK 판교캠퍼스 A동 지하3층에서 화재가 발생한 시간은 지난 15일 오후 3시 19분이다. 20일 SK C&C 관계자는 "오후 3시 19분에 화재가 발생했다"면서 "이 화재로 인한 충격에 UPS가 이상작동을 했고, 이로 인해 카카오 서비스에 장애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카카오에 바로 통보했다"고 말했다. SK C&C가 말하는 통보 시점은 오후 3시 33분이다.

그러나 카카오는 오후 3시 33분에 통보받지 않았다고 했다. 카카오가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났다는 사실을 안 시간은 오후 4시 3분. 30분의 차이가 난다. 게다가 카카오는 SK C&C로부터 통보받은 것이 아니라, 먼저 전화를 걸어서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카카오가 이용자들에게 서비스 장애를 공지한 시간은 오후 3시 52분이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화재로 인한 장애인줄 몰랐다는 입장이다.

누구 말이 맞는 것인지, 통화기록을 조회하면 드러날 일이다. 다만 화재가 발생하고 50여분이 지난 오후 4시 13분에서야 카카오는 장애가 발생한 서비스 복구작업을 시작했지만 초기에 불길을 잡지 못하면서 이미 때를 놓친 뒤였다. 이 때문에 카카오는 화재 발생 초기에 알게 됐다면 더 빨리 복구했을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 왜 카카오 서비스만 먹통이 됐나?

화재가 처음 시작된 곳은 건물 지하3층 배터리실이다. 이곳에 있는 배터리들은 무정전전원장치(UPS)의 전원이 부족할 때 이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SK C&C에 따르면, 이 배터리들은 상시 가동되는 것이 아니라 UPS에서 전원공급을 요구할 때만 가동된다고 한다. 

당시 배터리에서 스파크가 일면서 불이 났고, 이 불로 UPS가 충격을 받으면서 이상작동을 했다. 이상작동을 일으킨 UPS가 하필이면 카카오 서버에 전원을 공급하던 장비였던 것으로 SK C&C는 추정한다. 추정의 근거는 오후 3시 19분에 화재가 발생했고, 3분 후 3시 22분에 소화설비가 작동했다. 그런데 5분뒤인 오후 3시 27분에 카카오 일부 서비스에서 장애가 발생했다.

희한한 일은 배터리 화재가 발생한 오후 3시 19분까지만 해도 배터리의 전류와 전압 등 상태를 알려주는 BMP(Battery Management System) 그래프가 멀쩡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20일 SK C&C가 공개한 그래프를 보면 전류와 전압 모두 변화없이 가로로 일직선을 기록하고 있다. 그래프의 급격한 변동이 있으면 자동으로 위험경고가 울리도록 돼 있다.

▲SK C&C에서 공개한 화재가 난 배터리의 BMP 그래프

문제는 화재가 지하에서 발생한 탓에 진화가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력을 차단하지 않은 채 소화가스로 불길을 잡으려고 했지만 유독가스가 심해 소방인력 진입이 어려웠다. 결국 소방당국은 건물의 전원을 모두 차단하고 물을 뿌려 진화하기로 했다. 이 시점이 오후 4시 53분이다. 건물의 전원이 셧다운되면서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는 '먹통'이 됐다. 

카카오는 이 데이터센터에 약 3만2000대의 서버를 두고 있다. 서비스 복구를 위해 이중화 조치 등을 취했지만 전원공급이 차단됐기 때문에 복구에도 그만큼 많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화재나 천재지변 등을 대비해 서버를 지리적으로 분산시켜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카카오는 한곳에 서버를 몰아두면서 대형 참사를 당한 것이다. 

이날 오후 3시 19분에 발생한 화재는 오후 5시 46분쯤 큰 불길을 잡았다. 60여명의 소방인력과 20여대의 소방장비를 투입해 화재를 진압한지 2시간만이었다. 하지만 카카오는 나흘만에 겨우 서비스가 정상화됐다.


◇ 서비스는 정상화됐지만 계속되는 여진···

이번 화재 사건의 진실은 결국 경찰조사를 통해 밝혀질 전망이다. 아무 이상없던 배터리가 갑자기 화재가 발생한 원인이 무엇인지, 화재가 난 이후 SK C&C와 카카오가 초기대응을 어떻게 했는지가 경찰조사에서 밝혀지면 두 회사의 공방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보상문제와 재발방지 대책이다. 카카오는 지난 19일 유료 이용자뿐만 아니라 무료 이용자와 파트너까지 모두 보상해주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직접 보상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카카오는 보험도 들어놓지 않았기 때문에 막대한 보상비를 자체 재원으로 조달해야 한다.

카카오는 남궁훈 대표가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사퇴했고, 안산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내 신축중인 카카오 데이터센터도 공개했다. 재발방지도 약속했다. 하지만 '사후약방문'이 돼 버렸다. 같은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둔 네이버는 서버를 분산 운용한 덕분에 금세 장애를 복구하자, 카카오를 향한 비난의 화살은 더 빗발쳤다.

'카카오톡 화재 장애로 인한 손해배상'과 '카카오톡 피해자 모임' 등 피해보상을 받으려는 카페들이 줄줄이 개설됐고, 카카오T를 이용하는 택시기사와 대리기사들도 보상책을 요구하고 있다. 보상액을 둘러싼 갈등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재무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SK C&C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출혈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한번 추락해버린 기업 신뢰도를 회복하는 것이 더 관건이다. 카카오 서비스 이탈 행렬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차 美트럼프 집권 대비?...첫 외국인 CEO에 성김까지 '파격인사'

현대자동차그룹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함에 따라, 미국의 차기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해수부, 2027년까지 '해양보호구역' 2배로 늘린다

해양수산부가 오는 2027년까지 해양보호구역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어업 규제를 절반으로 줄인다.13일 해수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해양수산

빙그레, 영업용 냉동 탑차 전기차로 전환한다

빙그레가 친환경 사업장 구축을 위해 영업용 냉동 탑차를 전기차로 전환한다고 12일 밝혔다.이번에 전환되는 차량은 빙그레의 영업소에서 빙과 제품

셀트리온, ESG 경영활동 일환으로 야생조류 보호활동 전개

셀트리온은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의 일환으로 지역 시민단체인 인천녹색연합과 공동으로 야생조류 보호 ESG 활동을 전개했다고 11일 밝혔다.이번 행사

[알림] 돌아온 트럼프와 美 에너지정책 전망...25일 'ESG포럼' 개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차기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미국의 에너지 정책기조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전세계는 미국의 변화에 영향을 받

울산시, 내년부터 공공 현수막 친환경 소재로 바꾼다

울산시가 2025년 1월부터 시청의 전 부서와 출자·출연기관 등에서 사용하는 행정용과 행사·축제 홍보용 현수막(현수기)을 친환경 소재로 전환

기후/환경

+

트럼프가 '바이든 기후정책' 철폐하면...美 '500억달러' 수출 손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했던 기후정책을 전면 철폐하겠다고 나서는 가운데 미국이 기후정책을 철폐하면 엄청난 재정적

11월인데 아직도 여름...中 광저우, 30년만에 '가장 긴 여름'

중국 광저우의 기온이 11월 중순에 접어들었는데도 여전히 여름 기온에 머무르고 있다. 여름과 가을을 구분짓는 기준치 이하로 기온이 떨어지지 않고

[르포] "폭염에 잣 수확량 95% 줄었다"...가평 잣 농가들 '한숨'

경기도 가평군 축령로에 있는 한 잣 공장. 수확철 막바지여서 잣 탈각기는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탈각기를 바라보는 농부의 표정은 썩 밝지 않다.

[COP] "기후재원 연간 1조달러 필요"...선진국 서로 눈치만

기후위기로 피해를 입고 있는 빈곤국들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기후재원이 2030년까지 매년 1조달러(약 1402조8000억원)라는 진단이 나왔다.아제르바이잔

임차인도 영농형 태양광 사업 가능...'농지법' 개정안 발의

농작물을 경작하면서 태양광 발전을 하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확대를 지원하는 '농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개정안은 농업진흥지역 밖의 농지에 태양

스페인 하늘에 '구멍'...역대급 폭우 2주만에 또 폭우

넉달치 비가 하루에 내리면서 역대급 피해를 입었던 스페인에서 또다시 폭우가 내려 동부와 남부 학교가 폐쇄되고 주민들이 대피했다.13일(현지시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