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교사 없이 환경교육...모범모델 구축취지 '무색'
미래세대의 기후변화 대응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선정하는 '탄소중립 중점학교'의 수가 지난해보다 2배 늘었지만 지원금은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교육부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산림청, 기상청 등 6개 관계부처는 올 3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총 40개교를 '탄소중립 중점학교'를 선정한 바 있다.
'탄소중립 중점학교'는 미래세대의 기후변화·환경위기 대응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실천을 학교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된 정부 추진사업이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학교는 기후위기와 생태전환 교육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기간은 1년 정도지만 연속 지원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환경교육의 모범적인 학교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일반 학교와 지역사회로 탄소중립 실천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목적이다.
탄소중립 중점학교는 2021년 5개교를 선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20개교로 확대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40개교를 선정했지만 지원예산은 오히려 줄였다. 지난해 지원예산은 20억원이었는데 비해 올해는 12억원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그런데 학교수를 2배로 늘리다보니 학교당 지원금은 지난해 절반에도 못미친다.
2021년 학교당 1억5000만원씩 지급했던 지원금은 현재 1500~3500만원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 '탄소중립 중점학교' 40개교 가운데 신규로 선정된 30개 학교는 각 3500만원씩 지원받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선정된 10개 선도학교는 1500만원씩 받았다. 지난해 학교당 1억원씩 지원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사업취지에 맞게 지원하는 학교수를 늘리면서 지원금이 줄어들었다"면서 "앞으로도 환경교육에 대한 학교 구성원들의 인식전환을 위해 사업범위를 더욱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원금 총액이 감소한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환경교육의 모범적인 학교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정부 취지와 달리, 교육내용이 부실화될 우려도 엿보였다. 중점학교로 선정된 40개교 가운데 환경교과를 선택해 환경수업을 진행하는 중·고교는 달랑 2곳뿐이었다. 중점학교가 환경교육을 반드시 정규수업으로 진행할 필요는 없지만, 지원사업이 완료된 이후에 학교 차원에서 지속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당초 취지에 어긋나는 단발성 교육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수행에 대한 관리·감독이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업계 한 관계자는 "선정된 학교에서 실제로 환경교육이 개선되고 있는지 별도의 감사도 없고, 성과 보고로만 끝난다"면서 "선정되면 나머지는 학교 자율이기 때문에 지원금을 학교시설을 정비하는데 사용해도 파악할 길이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탄소중립 중점학교에 대한 별도 감사는 진행하지 않는다. 대신 중간점검을 통해 진행과정과 중간평가를 하고 성과가 안좋을시 교육부에서 컨설팅을 해줄 예정이다. 그러나 성과가 안좋거나 학업계획서와 달리 환경교육을 소홀히 한다 해도 이를 규제할 마땅한 수단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탄소중립 중점학교 사업을 맡게 된 학교 담당자들의 고충도 있다. 일선학교의 한 교사는 "환경교육을 전공했거나 관심있는 교사가 먼저 나서서 공모를 진행한 경우도 있지만 교장·교감 등 윗선에서 흥미를 가져 공모한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누군가는 담당해야 하는데 담당자에게 전공 지식과 열정이 없다면 지원 사업 취지를 잃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탄소중립 중점학교 사업 담당자 대부분은 과학, 환경 등 관련 과목 교사가 맡았지만 수학이나 역사 교사가 담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교사는 이어 "워크샵 등 담당교사의 역량강화 프로그램도 있지만 교사들마다 온도차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며 "모든 학교가 각자 노력하고 있지만 환경과목 의무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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