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없는 육포, 미꾸라지없는 추어탕, 우유와 달걀이 없는 빵, 돼지고기없는 햄...
국내 비건 인구가 10년 사이에 10배 이상 늘면서 비건식품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비건식품하면 흔히 콩고기를 떠올렸지만, 이제는 곤약, 버섯, 쌀 등 비건식품 재료들이 많아지고 그만큼 제품의 종류도 많아졌다.
22일 뉴스트리 취재에 의하면 한국비건인증원에서 인증받은 비건식품 업체만 330곳에 달했다. 이는 비건식품 수요가 늘어난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비건 인구는 2022년 기준 150~200만명, 비건이 아닌 '채식 선호' 인구까지 포함하면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체육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식물성 대체육 시장규모는 1740만달러(약 233억7600만원)로, 2016년 1410만달러(약 189억4300만원)보다 23.7% 증가했다. 공사는 2016~2020년 연평균 5.6%씩 성장하는 추세가 이어져 2025년에는 2020년보다 29.7% 증가한 2260만달러(약 303억6300만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건 시장의 이같은 성장세는 과거에 중장년층 중심으로 건강이나 체질, 질병 등을 이유로 채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들어 비건이 다이어트와 건강뿐만 아니라 환경문제, 동물보호 등 윤리적 소비측면이 강조되면서 2030대 청년층이 국내 비건문화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젊은층을 겨냥한 비건식품들이 많이 시판되고 있다. 장조림이나 오뎅탕, 추어탕같은 국류를 비롯해 곤약스틱까지 나와있다. 곤약스틱을 치즈스틱 대체식품으로 베지푸드에서 만들고 있다. '퓨처엑스'가 콩과 식이섬유로 만든 '다이노 브이 비건 캔 햄'은 멸균처리가 돼 있어 생으로도 섭취할 수 있다. 오뚜기의 사내스타트업 '언피스크109'에서 만든 콩을 주재료로 한 참치캔 '언튜나'도 저칼로리 비건식품이어서 헬스인들 사이에서 호응이 좋은 편이다.
비건인들을 위한 제과와 제빵도 많아졌다. 대부분의 빵은 제조할 때 버터와 우유, 달걀 등 동물성 식재료가 첨가되지만 비건 제과제빵은 이같은 동물성 식재료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야미요밀'에서 만든 순식물성 쌀빵이 꼽힌다. 이 빵은 우유와 달걀, 버터, 백밀가루, 백설탕, GMO식품, 보존료, 식물성 크림이 일체 첨가되지 않았다. '피키디거스'에서도 설탕과 밀가루 대신 두부로 '프로틴 크림 두부빵'을 만들었다. 기자가 직접 시식해본 결과 기존 빵보다 식감은 살짝 미끈거리는 느낌이었다.
콩과 아몬드 등으로 만든 비건 우유에 이어, 비건 요거트도 등장했다. '스윗드오'에서 두유로 만든 '소이 그릭요거트'를 기자가 직접 맛보니 식감은 그릭요거트와 똑같은데 콩 냄새가 좀 났다. 꿀, 과일 등과 함께 먹으면 맛있을 것같았다.
식물성 프로틴바 시장도 커지고 있다. 잇프롯'(Itprot)의 '잇프롯 비건 프로틴바'는 국내 처음으로 식물성 단백질인 '워터렌틸'로 만든 식물성 프로틴바다. 워터렌틸은 우리나라에서 '개구리밥'으로 불린다. 잇프롯 관계자는 "개구리밥의 일종인 울피아 아리자(Wolffia arrhiza), 즉 분개구리밥으로 프로틴바를 만든다"고 말했다. 울피아 아리자는 17시간에 2배씩 자라는 크기가 가장 작은 부유 수생식물이다. 워터렌틸은 이스라엘 등 해외에서 이미 대체단백질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동물성 식재료가 들어있지 않은 비건용 소스도 나와있다. '채식한입'에서는 콩고기 볶음고추장을 판매하고 있고, '옴뇸'에서는 비건용 파스타소스 볼로네제와 라구소스 등을 시판한다. 시식해보니 고기를 사용한 제품보다 뒷맛이 깔끔한 느낌이었다. 옴뇸 관계자는 "새송이버섯과 렌틸콩으로 식감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비건 산업이 확대되고 제품도 다채로워지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건업계 한 관계자는 "비건이 트렌드로서 급속히 떠오르면서 많은 기업들이 비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비건을 시작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제품의 선택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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