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세' 도입하면 韓 철강·車도 영향
'탄소중립은 사기'라고 외치던 도널드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반(反) 친환경 행보를 시작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에서 '탄소세'를 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명분 하에 보호무역 정책을 강력하게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10~20%의 보편관세와 60%의 대중(對中) 관세 도입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또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는 탈퇴하지만 무역장벽으로 '탄소세'는 활용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트럼프 2기 재무장관으로 내정된 스콧 베센트는 지난 16일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관세 정책에 '탄소세'를 포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 오염 수수료'에 대한 질문에 "전체 관세 프로그램의 일부가 될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아이디어"라고 답했다. 당시 발언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었지만, 한국의 대미수출 품목에도 철강 등 탄소집약적 제품이 포함돼 있어 국내 산업계와 정부도 이 발언을 주목했다.
한국산 철강은 미국에 수출할 때 263만톤에 대해서만 무관세를 적용받는 쿼터제 적용대상이다. 트럼프는 지난 2018년 1기 집권시절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철강에 적용하면서 한국산 철강에 대해 이같은 무역규제를 가했던 것이다. 이처럼 철강수출이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탄소세까지 부과되면 우리나라 철강제품의 가격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국내 철강업체들은 철강 생산과정에서 친환경 공법을 도입하고 탄소배출 줄이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탄소세'를 도입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나온 바가 없어 국내 철강업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탄소세는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산 완성차의 대미수출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 수출액 가운데 26.8%가 자동차 비중이었다. 자동차는 대미 수출흑자의 약 60%를 차지하며 '수출효자' 노릇을 했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무역적자' 요인으로 꼽힐 수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도입을 예고한 보편관세와 함께 탄소세까지 부과해 외산 자동차 수입물량을 줄이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등으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국산 내연차는 물론 친환경차까지 가격경쟁력이 저하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탄소세 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며, 보호무역 조치로 중국 자동차의 미국 시장 진입이 제한된다면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 업계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중국산 전기차를 견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전기차에 대한 경계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유럽, 미국에서 무역장벽을 높여 중국차 진출을 막아준다면 한국산 자동차업계도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확보할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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