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 1만6000년 자료로 증거 제시
그린란드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8℃ 이상 상승하면서 빙하가 더 빨리 녹은 것으로 확인됐다.
극지연구소는 1만1000~5000년 전 '홀로세 온난기' 북극해 관문에 위치한 노르웨이령 스발바르군도 북부에 분포했던 거대 빙상들의 양상을 복원해 분석해보니, 지구온난화로 인해 온도가 상승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빙하가 녹을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온실가스 증가로 발생한 지구온난화는 빙하의 면적과 부피를 감소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해수면 상승과 연안침식 그리고 해양생태계 위협 등 인류 생존과 직결된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난 2021년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에는 "지구온난화에 의한 빙하 감소로 점차 해수면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직접 받는 빙하 움직임에 대한 관측자료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과거 기후변화 기록복원을 통해 좀 더 정확한 예측과 대응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연구팀은 지난 2017년 한국-노르웨이 공동탐사를 진행하는 기간에 북부 스발바르 피오르드 해역에서 확보한 여러 점의 코어 퇴적물에서 광물 조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과거 1만6000년 전 스발바르 북부에 존재했던 빙하가 소멸되는 과정을 최초로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공동연구팀은 빙하가 소멸되는 과정에서 방출된 막대한 양의 철이 빙하 인접지역에 빠르게 퇴적되는 성질에 착안해 퇴적물 내 철산화광물 함량 변화를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시기에 따른 빙하의 위치를 파악해 빙하의 소멸 속도를 산출한 결과, 스발바르 북부 빙하는 1만800년 전에 급속하게 사라졌음을 밝혀냈다.
이 지역의 빙하가 급속도로 사라진 것은 온도인 '임계점'을 넘었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비슷한 현상이 2000년에 그린란드에서 나타났다. 그린란드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겨우 유지되던 빙하의 양이 2000년대들어 연간 500기가톤(5000억톤)씩 줄어들었다.
논문 제1저자인 극지연구소 장광철 박사는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이 원인을 "그린란드 평균온도는 2000년에 이미 산업화 이전대비 1.8℃ 상승했기 때문"이라며 "빙하가 녹아내리는 임계점을 넘으면서 빠르게 사멸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000년에 관측된 그린란드의 빙하 후퇴 가속화 현상에 대해 이같은 '임계점 가설'이 등장했지만 증명이 어려웠는데 극지연구소가 과거 현상 복원 기술을 통해 이를 입증한 것이다.
장 박사는 "홀로세 온난기에 대기와 해양온도는 점진적으로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빙하가 녹는 것은 이같은 온도변화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해양기저빙하가 갑자기 사멸됐던 1만800년전과 2000년 그린란드의 여름철은 모두 온도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했다.
2000년에서 20여년이 지난 현재 그린란드 빙하는 여전히 빠른 속도로 녹아 없어지고 있다. 이미 온도 임계점을 넘어섰기 때문에 녹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어느 한 순간에 갑자기 녹아버리는 '가속화 현상'이 또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연구팀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1만800년전에도 어느 순간 빙하가 사라져 더이상 관측할 수 없었던 것처럼 앞으로 온도가 더 상승하면 이 지역에 어떤 현상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이 지원받는 국가연구개발사업(R&D)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3월 1일자 국제 지구행성과학 학술지 '지구·행성 과학회보'(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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